30대 비전공자, 파이썬 배우고 연봉 2배 이직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파이썬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친구가 “그거 요즘 뜨는 언어야. 자동화도 되고 데이터도 다루고 개발자들도 많이 써”라고 하길래, 뭔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그냥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그때 제 나이 34살. 비전공자에다 회사에선 기획업무만 주구장창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보고서 만들고, 회의 정리하고, 다른 팀이 만든 시스템에 의존해서만 일하던 제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아무 것도 직접 만들 수 없구나.”
시작은 퇴근 후 1시간
파이썬을 처음 접했을 때는 무슨 암호 보는 줄 알았습니다. print(“Hello World”)가 왜 중요한지도 몰랐고, 들여쓰기 하나 잘못했다고 오류 나는 게 어이없었습니다. 그래도 매일 퇴근
후 1시간씩 유튜브 강의, 인강, 블로그 따라 하면서 하나씩 해봤습니다.
처음엔 ‘이걸로 내가 뭘 할 수 있지?’라는 회의감도 있었죠. 근데 엑셀 자동화하는 걸 배우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몇 시간 걸리던 보고서가 10초 만에 완성되니까 갑자기 코딩이 너무 재밌어졌어요.
그 후로 학원에 등록해서 19:00~22:00 3시간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았구요. 재밌었던것같아요 동기들도 좋은 사람들이였고 모르는것도 서로 공유하니 '대학교를 다시 간 기분'이 들었습니다..ㅎㅎ
‘기술’이 생긴다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파이썬으로 크롤링도 해보고, API도 붙여보고, 간단한 웹 대시보드도 만들어봤습니다. 물론 완벽하진 않았지만, ‘내가 뭔가를 직접 만든다’는 감각이 너무 짜릿했어요. 그 전까진 늘 누가 만들어준 걸 ‘사용’만 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만드는 쪽으로 옮겨간 기분이었죠.
자신감이 붙자, 이직도 고민하게 됐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반복적인 것뿐이고, 5년 뒤에도 이 자리일 거라는 생각에 더는 안 되겠단 확신이 들었어요.
이력서에 ‘파이썬 프로젝트’ 추가하고 벌어진 일
작은 자동화 프로젝트라도 다 정리해서 이력서에 넣었습니다. 엑셀 자동화, 크롤링한 데이터로 보고서 자동 작성, 간단한 Flask 웹페이지 구축 등 실무랑 연관된 내용으로요.
면접에서는 의외로 깊은 기술을 묻기보다, “이걸 왜 하게 됐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더 궁금해하더라고요. 그리고 이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저는 비전공자지만, 문제 해결을 ‘코드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직, 연봉은 정확히 2배
결국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운영하는 중견기업으로 이직하게 됐고, 기존 회사보다 정확히 연봉 2배를 제안받았습니다. 처음엔 제가 잘못 본 줄 알았어요. 계약서 다시 확인했을 정도니까요.
업무는 어렵지만, 제가 원하던 삶이었어요. 배우는 것도 많고, 내가 만든 코드가 실제로 쓰이는 걸 보는 기쁨은 말로 다 못합니다.
마무리하며
저는 파이썬으로 ‘개발자’가 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코드로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 됐고, 그걸로 제 커리어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혹시 지금 “나도 가능할까?” 고민 중인 분들이 있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전공보다 중요한 건 실행이고, 코딩은 생각보다 인간적인 도구입니다.”
딱 한 줄, print("Hello World")로 시작된 제 인생 2막. 지금은 누구보다 재밌게 살고 있습니다.